재작년 11월 첫 주말, 친구를 만나러 도쿄 와세다대학 근처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거리 전체가 노점과 인파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알고 보니 이틀 동안 약 20만 명이 몰린다는 '와세다사이(早稲田祭)', 일본 최대 규모의 대학 축제였죠. 입장료도 없어서 그냥 인파에 휩쓸려 들어갔는데, 한국 대학 축제만 떠올렸던 저에겐 모든 게 낯설었어요. 일본 대학 축제는 한국과 무엇이 다를까요? 직접 가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5가지 차이를 정리했어요.
'学園祭'와 '文化祭', 명칭부터 다르다
일본에서는 대학 축제를 보통 '가쿠엔사이(学園祭)' 또는 '다이가쿠사이(大学祭)'라고 불러요. 우리가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본 '분카사이(文化祭)'는 보통 초·중·고등학교 축제를 부를 때 쓰는 말이고, 대학에서는 学園祭·大学祭라는 표현이 더 일반적이에요. 게다가 일본 대학들은 축제마다 고유한 이름이 있어요. 와세다대학은 '와세다사이(早稲田祭)', 게이오대학은 '미타사이(三田祭)', 도쿄대학은 봄의 '고가쓰사이(五月祭)'와 가을의 '고마바사이(駒場祭)'를 열죠. 한국처럼 '대동제'라는 공통 명칭으로 묶이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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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 시기도 거의 정반대예요. 한국 대학 축제는 보통 신록이 우거지는 5월 봄에 몰려 있죠. 반면 일본은 단풍이 물드는 10~11월 가을이 메인이에요. 11월 첫 주말부터 11월 3일 '문화의 날(文化の日)' 연휴 전후까지 축제가 집중되거든요. 봄에 열리는 도쿄대 五月祭 같은 예외도 있지만, '학원제는 가을'이 일본의 기본 공식이에요.
무대 위 주인공 — 아이돌 vs 개그맨
한국 대학 축제의 꽃은 누가 뭐래도 연예인 공연이죠. 2026년 봄만 봐도 라이즈(RIIZE), 비비(BIBI), 프로미스나인, 싸이, 잔나비 같은 화제의 가수들이 캠퍼스 무대에 올라요. 어느 대학에 누가 오는지 라인업이 공개될 때마다 학생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죠.
일본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일본 학원제의 단골 게스트는 가수보다 '오와라이게닌(お笑い芸人)', 즉 개그맨인 경우가 많아요. 메인 무대에서 토크쇼나 콩트를 선보이죠. 물론 아티스트 라이브도 있지만, 한국처럼 대형 아이돌이 캠퍼스를 뒤흔드는 그림은 흔치 않아요. 개그맨이 가수보다 섭외 비용 부담이 적어 학생 예산으로 부르기 쉽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고 해요.
模擬店 vs 주점 — 술 한 잔의 차이
캠퍼스 곳곳에 들어서는 먹거리 노점도 양국이 달라요. 일본의 '모기텐(模擬店)'은 동아리·서클이 운영하는 음식 노점이에요. 야키소바, 닭꼬치, 크레페, 타피오카 음료 같은 메뉴를 보통 한 접시 300~500엔 정도에 팔죠. 핵심은 '술이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학내 음주를 제한하는 대학이 많아서, 모기텐은 음식과 음료 위주로 돌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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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Pakutaso
한국은 학과별 '주점'이 오랫동안 축제의 상징이었죠. 다만 2018년 교육부·국세청이 무면허 주류 판매 단속에 나선 뒤로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면허 없이 술을 팔면 주세법 위반이라, 많은 대학이 학과 주점의 주류 판매를 제한하거나 허가 업체·외부 반입 방식으로 바꿨거든요. 그래도 '주점'이라는 이름과 안주를 나누는 문화는 여전히 한국 축제의 색깔로 남아 있어요.
일본 학원제의 명물 'ミスコン(미스콘)'
일본 학원제에는 한국에 거의 없는 독특한 기획이 하나 있어요. 바로 '미스콘(ミスコン)', 미스·미스터 콘테스트예요. 재학생 중 후보를 뽑아 학원제 기간 동안 무대에서 소개하고 그랑프리를 가리는 일종의 콘테스트죠. 게이오, 조치(上智) 같은 대학의 미스콘은 아나운서를 여럿 배출한 것으로 유명해 한때 큰 주목을 받았어요.
다만 최근에는 외모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비판과 젠더 이슈가 커지면서, 미스콘을 폐지하거나 성별 구분 없는 콘테스트로 바꾸는 대학이 늘고 있어요. 와세다대학처럼 일찌감치 미스콘을 열지 않게 된 곳도 있죠. 일본 학원제 문화가 변해가는 흥미로운 장면이에요.
한국인이 가볼 만한 일본 대학 축제 BEST 3
Photo: Wikimedia Commons
와세다사이(早稲田祭) — 매년 11월 첫 주말, 와세다대학에서 열려요. 이틀간 약 20만 명이 찾는 일본 최대급 학원제로, 입장이 무료라 누구나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요.
미타사이(三田祭) — 게이오대학에서 11월 하순, 근로감사의 날(11/23) 전후로 나흘간 열려요. 수백 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형 축제로 학술 발표와 모기텐이 풍성해요.
고가쓰사이(五月祭) — 도쿄대학 혼고 캠퍼스에서 5월 중순에 열려요. 가을이 아닌 봄에 열리는 예외적인 축제로, '연구의 도쿄대'답게 학술 기획이 알찬 게 특징이에요.
세 곳 모두 기본 입장은 무료예요. 다만 일부 인기 라이브나 토크 기획은 사전에 정리권(整理券)을 배포하거나 온라인 예약을 받기도 하니, 방문 전 공식 사이트에서 일정과 입장 방식을 꼭 확인하세요.
같은 '대학 축제'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시기, 게스트, 먹거리, 기획까지 이렇게 다른 색깔을 갖고 있어요.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 서로의 캠퍼스 문화를 들여다보는 창문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을에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일정에 학원제 하루를 끼워 넣어 보세요.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일본 청춘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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